UNCTAD, Investment Trends Monitor
[K글로벌타임스] 글로벌 FDI 위축세가 지속되고 있다. UNCTAD가 지난 10월 말 발표한 보고서(Global Investment Trends Monitor No. 49)에 따르면, 全 세계 FDI(외국인직접투자)는 최근 2년 연속 감소한 뒤 ’25년 상반기에도 약 △3%의 하락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프로젝트 발표 역시 감소세를 이어가며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투자 회복의 온기가 감지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는 단순히 글로벌 경기의 일시적 둔화가 아니라, 세계 투자 생태계가 구조적 변곡점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기업들은 ‘성장’보다 ‘방어’에, ‘확장’보다 ‘유동성’과 ‘회복탄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금융비용 상승, 무역규범의 단절화, 지정학적 긴장 등이 글로벌 자본의 방향을 바꾸고 있다.
글로벌 FDI 약세 요인, ‘불확실성 확대’
보고서는 글로벌 FDI 약세의 주요 원인을 ‘불확실성 확대’로 요약한다. 관세 조정과 공급망 재편, 美·中 등 대형 경제권 간 경쟁이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이 해외 투자에 ‘관망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경 간 M&A 거래 규모는 ‘25년 상반기 △23% 감소했다. 이는 단순 거래 부진이 아니라 기업의 전략 기조가 공격형에서 방어형으로 이동했음을 시사한다. 全 세계 많은 기업들이 ’지금은 확장할 때가 아니라 생존해야 될 때‘라고 판단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1차산업·제조업 그린필드 투자 위축, 실물 활동 동력 약화
원자재 채굴 중심의 1차산업과 제조업 그린필드 분야는 글로벌 FDI 둔화세가 가장 쉽게 관측되는 부문이었다. ‘25년 상반기 1차산업의 그린필드型 FDI는 전년 반기 평균대비 무려 △36.4% 감소했다. 제조업 그린필드型 FDI도 △1% 수준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이는 ‘원자재를 채굴하고, 공장을 설립하며, 설비를 확충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활동 자체가 감소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밀집도가 높은 제조업은 관세정책 불확실성의 직격탄을 맞았다. 세계 경제의 실물 성장을 지탱하는 기반이 약해지고 있다는 점은 지속해서 살펴보아야 할 사안이다.
디지털 경제·AI 분야 투자 집중
그런데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프로젝트 수는 감소했음에도 그린필드 투자 총액은 오히려 7% 증가했다. 특히, 선진국의 그린필드型 FDI는 48% 급증했다. AI 데이터센터·반도체· 디지털 인프라 분야에서 초대형 프로젝트가 연속적으로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세계는 지금 ‘투자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부문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상황’이다. 투자 트렌드는 선명하다. 자본은 미래 기술이 확실히 존재한다고 판단되는 지점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기술패권 경쟁이 경제패권 경쟁을 대체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지속되는 역풍, 도전적 상황 심화 전망
UNCTAD는 ’25년 하반기에도 글로벌 FDI 관련 도전적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정학적 긴장, 지역 갈등, 경제적 분열, 변화하는 산업 정책 그리고 공급망 위험을 완화하려는 다국적 기업의 노력이 글로벌 FDI에 지속해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바라봤다.
투자의 방향에 집중할 시점
글로벌 자본은 지금 뚜렷한 목적지를 향하고 있다. 따라서, FDI 전략 역시 단순한 총량 확대 전략에서 전략적 유치, 선별적 집중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먼저, AI·반도체·데이터센터 분야에 초대형 프로젝트가 발생하는 트렌드를 반영, 글로벌 기술 투자유치를 위한 ‘초대형 프로젝트 지원 패키지’ 설계를 고려해 볼 수 있다. 또한, 제조업 FDI 둔화세 대응을 위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친환경·디지털 전환 기반 제조 클러스터 구축 등도 검토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반도체·AI·데이터 인프라 분야에 대해 부지·전력·세제·규제 승인을 묶은 원스톱 맞춤형 유치제도 도입이나, 글로벌 공급망 동맹이나 협력 체제에 적극 참여하는 등의 선택과 집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자본은 ‘기회를 향해 이동’한다
글로벌 FDI는 소멸해 가는 것이 아니다. 흐름의 축이 이동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한 변화하는 흐름의 목적지가 될 것인가? 아니면 흐름을 놓친 채 변방으로 전락할 것인가? 지금 우리의 선택이 만들어 나갈 결과가 될 것이다. 미래는 선택한 자의 것이 아니라, 방향을 정한 자의 것이다.
[K글로벌타임스] opinion@kglobal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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