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ECD 세계경제전망 중간보고서(‘25년 9월) 분석

민경기 경제학 박사 /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동향분석실장
민경기 경제학 박사 /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동향분석실장

[K글로벌타임스] 2025년의 글로벌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의 소용돌이 속을 표류하고 있다. 그럼에도 글로벌 경제는 지난 상반기 큰 우려와 달리, 시장 참여자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세(3.2%)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를 앞둔 수출과 생산의 선(先)출하(Front-Loading), 인공지능(AI) 산업을 중심으로 한 투자 열풍 그리고 중국 정부의 대규모 재정지출 등이 글로벌 경제의 버팀목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OECD는 최근 발행한 ’세계경제전망 중간보고서(Economic Outlook Interim Report, ‘25.9.23)‘에서 이를 두고 ’예상보다 탄탄한 회복세(Global economic growth is holding up better than expected)‘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보고서의 전체 맥락은 낙관보다는 신중한 경계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상반기 견조한 성장세 뒤에, 둔화와 불안정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다.

 

성장세 뒤에 드리운 둔화의 신호

보고서가 강조하는 첫 번째 포인트는 세계 성장의 탄력은 예상보다 강했으나, 그 지속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세계 경제성장률은 2024년 3.3%에서 2025년 3.2%, 그리고 2026년에는 2.9%로 완만히 낮아질 전망이다. 언뜻 보기에는 큰 폭의 하락은 아니지만, 문제는 그 원인이다. 미국이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고 수준으로 관세율을 끌어올리면서 교역 질서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양자 교역은 최근 몇 달 사이 급격히 위축됐고, 유럽과 아시아 주요국도 소비와 산업생산 지표가 둔화 조짐을 보인다.

노동시장의 변화도 주목할 대목이다. 미국, 독일,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의 실업률이 상승하며 구인 수요는 감소하고 있다. 임금 상승률도 둔화세를 보이지만 여전히 각국 중앙은행이 목표로 삼는 물가안정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 다시 말해, 경기는 식고 있으나 물가 부담은 쉽게 줄지 않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물가와 금융, 새로운 불안의 진앙

이번 OECD 보고서가 지적하는 또 다른 핵심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국가의 디스인플레이션은 정체되고, 특히 식품 가격이 지속 상승하며 서민들의 체감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일본은 쌀 가격 급등으로, 한국과 유럽은 채소·가공식품 가격 상승으로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서비스 물가도 쉽게 꺾이지 않는 등 많은 나라에서 물가가 목표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

동시에 금융시장은 묘한 대비를 보인다. 주식과 가상자산 가격이 급등하며 ’위험자산 선호‘가 강화된 것이다. 미국의 기술주와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은 역사적 고점 수준에 올라섰다. 투자자들은 낙관에 들떠 있지만, OECD는 이를 두고 ’자산가치가 지나치게 팽창했다‘라고 경고한다. 주요국의 국채금리는 상승하며, 국가부채는 사상 최고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자칫하면 재정위험과 금융 불안정이 동시에 현실화될 수 있는 상황이란 분석이다.

 

점진적 둔화, 확대되는 불확실성

OECD는 향후 글로벌 경제가 ’점진적 둔화‘ 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2024년 2.8%서 2025년 1.8%, 2026년 1.5%로 점차 하락 전망된다. 고기술 산업 투자 열기는 뜨겁지만, 관세장벽과 이민 감소, 정책 불확실성이 더 큰 제약으로 작용할 것이 분석되기 때문이다.

유로존도 2025년 1.2%, 2026년 1.0%로 더딘 성장세가 예상된다. 무역마찰과 지정학적 불안이 여전히 발목을 잡는 연유이다.

중국은 2025년 4.9%, 2026년 4.4%로 성장률이 하향될 전망이다. 재정효과가 약화되고, 부동산 부진과 관세 부담의 맞물림에 기인한다.

다만, 우리나라는 2025년 1.0% 성장에 머물지만, 2026년에는 2.2%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물가 측면은, G20 전체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2025년 3.4%에서 2026년 2.9% 수준으로 하락 전망된다. 그러나 미국은 관세 효과가 본격적으로 소비자물가에 전가되면서 2026년에도 여전히 중앙은행 목표를 웃도는 수준이 지속될 전망이다.

반면, 유럽은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일본도 식품가격 안정으로 중앙은행 목표 수준(2.0%)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OECD가 제시하는 다섯 가지 균형

금번 보고서의 제목이 ’불확실성의 시대, 균형 찾기(Finding the Right Balance in Uncertain Times)‘인 이유는 명확하다. OECD는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다섯 가지 영역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권고한다.

▌첫째, 무역정책의 투명성과 예측가능성 제고

경제안보를 이유로 관세와 비관세 장벽이 무분별하게 확대된다면, 투자와 교역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OECD는 ’정책의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둘째, 통화정책의 신뢰성과 독립성 보장

물가가 안정된 국가들은 금리 인하를 통해 성장을 방어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OECD는 정치적 압력에 의해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훼손된다면, 시장의 신뢰는 급격히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셋째, 금융관리 안정성 확보

주식·가상자산의 과열, 비은행 금융기관 확대 등은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OECD는 국제 공조를 통한 가상자산 규제, 비은행 금융기관 감독 강화, 경제·금융 시스템 안정성의 원활한 모니터링을 위한 필요 정보가 충분히 수집·공유될 수 있도록 ’데이터 갭(Data Gap)‘ 해소를 통한 안정성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넷째, 재정 건전성의 회복

고부채·재정적자 상황에서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국채금리 상승과 금융 불안은 불가피하다. OECD는 지출 효율화, 세제 개혁, 독립 재정기구 강화 등을 통한 재정 신뢰성 제고를 강조한다.

▌다섯째, 구조개혁과 기술혁신 촉진

생산성 둔화와 인구 고령화가 글로벌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OECD는 규제 완화, 여성 고용 확대, 법치 강화 등을 통해 노동과 자본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AI 확산은 향후 수십 년간 성장과 생활 수준을 끌어올릴 가장 강력한 동력으로 손꼽힌다. OECD의 장기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구조개혁과 AI의 빠른 확산이 결합 될 경우, 2050년까지 G20 국가들의 성장률은 크게 향상되고 생활 수준은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고 한다.

 

균형의 기술이 필요한 시점

금번 OECD 보고서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글로벌 경제는 둔화되고 불안정하지만, 위기와 기회는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관세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교역을 억누르고, 재정위험과 금융시장 과열이 불안을 확대하는 동시에, AI와 신기술의 확산은 새로운 성장의 돌파구를 개척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중요한 것은, 각국 정책당국이 이렇듯 상충하는 요인들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과잉 대응은 불필요한 충격을 낳고, 안일한 대응은 위기를 증폭시킨다. 각국의 정책당국자에게 필요한 것은 ‘균형 감각’이다. ➊투명한 무역정책, ➋독립적인 통화정책, ➌금융 안정의 유지, ➍건전한 재정 운영, ➎구조개혁과 기술혁신의 가속화 이상 OECD가 권고하는 다섯 가지 균형점은 불확실성의 시대를 헤쳐 나가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자,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기 위한 균형추이며 디딤돌이다.

[K글로벌타임스] opinion@kglobal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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