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기 경제학 박사 /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동향분석실장
민경기 경제학 박사 /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동향분석실장

[K글로벌타임스] 글로벌 FDI(외국인직접투자)는 과거처럼 단순히 ‘얼마나 많은 자본을 유치했는가?’라는 양적 경쟁에서 벗어나, 보다 복합적이고 전략적인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세계 자본의 흐름은 단순한 경기순환 요인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 속에서 새롭게 재편되는 듯하다. 

이제 FDI의 중심 키워드는 규모나 비용이 아니라 회복탄력성(resilience),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그리고 전략적 정합성(strategic alignment) 이다.

 

‘규모 중심’에서 ‘회복탄력성 중심’으로

과거 세계 경제는 ‘세계화’와 ‘효율성’에 기반한 공급망 확대를 전제로 성장했다. 저비용,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글로벌 밸류체인이 곧 경쟁력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이러한 기조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➊ 지정학적 불확실성 : 美·中 패권 경쟁, 지역 분쟁, 해상 물류 차질은 단일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켰다.

➋ 규제 환경의 변화 : 각국 정부가 기술 안보, 전략산업 보호를 이유로 외국인 투자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면서 자본 이동은 더욱 까다로워졌다.

➌ 경제 구조의 전환 : 단순한 비용 절감보다는 디지털화, 탈탄소화 등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이 강조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도 변화했다.

이러한 요인 속에서 전통적인 그린필드 투자(대규모 신규 건설 · 생산 프로젝트)는 급격히 감소했다. 대신 자본은 더욱 신중해지고 선별적으로 움직이며, 안정성·전략적 인프라와 정책적 명확성을 제공하는 지역으로 흐르고 있다.

 

지속가능성과 ESG : 선택 아닌 필수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변화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중심으로 한 지속가능성의 부상이다. 과거 ESG는 ‘있으면 좋은 것(nice-to-have)’ 정도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장기 수익과 직결되는 핵심 투자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환경(E) : 청정에너지, 탄소중립, 친환경 인프라와 같은 분야로 투자 흐름이 전환되고 있다.

사회(S) : 포용적 성장, 일자리 창출, 지역사회 기여가 투자자의 장기 리스크 관리와 맞물려 있다.

지배구조(G) : 투명한 경영과 규제 준수는 글로벌 투자자에게 기본 전제이다.

ESG는 이제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실제 자본 흐름에서 확인되는 변화다. 지속가능성을 선도하는 지역은 더 많은 기회를 얻고, 그렇지 못한 지역은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도태될 위험을 안게 된다.

 

대응 방향 : 투자 생태계 설계와 전략적 협력

이제 문제는 ‘국가와 지역이 앞으로 어떤 전략을 취할 것인가’이다. 단순히 세금 감면이나 보조금 같은 인센티브로 투자자를 유치하던 방식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이제 ‘투자 생태계 설계(ecosystem design)’를 고민해야 될 시점이다.

이는 특정 기업을 유치하는 것에서 나아가, ‘혁신·공급망·인재·지속가능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환경을 구축하는 전략이다. 이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대응은 다음과 같다.

➀ 거버넌스 협력 강화 : 중앙정부, 지방정부, 연구기관, 민간기업, 대학 등이 긴밀히 협력하는 다층적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투자유치가 아니라 장기적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➁ 미래 지향적 인프라와 기술 투자 : 친환경 에너지,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 반도체, 바이오 등 미래 수요가 확실한 분야에 선제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특히, 인적 자본(기술·교육·훈련)과 물적 인프라(5G·데이터센터·친환경 교통체계)의 동반 투자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➂ 투명성과 장기적 정합성 확보 : 단기성과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비전, 국제 개발 목표와의 연계 속에서 투자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이는 투자자에게 신뢰를 주는 동시에 지역 발전과 국제적 정합성을 보장할 것이다.

 

숫자가 아닌 의미의 경쟁

글로벌 투자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과거처럼 ‘얼마나 많은 자본을 유치했나?’가 아니라, ‘얼마나 전략적이고 지속 가능한 기반을 창출하였나?’가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민첩하고, 지속 가능하며, 연결성이 뛰어난 지역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한국 역시 단순한 투자유치 경쟁을 넘어 전략적·지속 가능한 투자 허브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목적을 가지고 적응하라(Adapt with purpose)’

이제는 숫자 경쟁의 시대가 아니라, 의미와 방향성의 경쟁 시대이다. 준비된 국가·지역만이 미래 투자의 중심이 될 수 있다.

[K글로벌타임스] opinion@kglobaltimes.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K글로벌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