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글로벌타임스] ‘24년 글로벌 FDI(외국인직접투자)는 반등했을까? 지난 6월 UNCTAD가 발표한 ’World Investment Report 2025’에 따르면, ‘24년 글로벌 FDI는 전년 대비 약 4% 증가한 1.51조불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 수치에는 중요한 전제가 하나 빠져 있다. 유럽 일부 국가의 도관(conduit) FDI 효과를 제외하면 실제 글로벌 FDI는 △11% 감소한 1.49조불 수준이란 사실이다.
이는 수치상의 반등이 일시적 착시에 불과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도관 FDI는 다국적기업들이 조세 최적화 등을 목적으로 특수목적법인(SPE)을 활용해 투자 경로를 우회하는 행태로, 실질적인 실물 경제 투자와는 괴리가 발생한다. UNCTAD는 이번 보고서부터 도관 FDI를 제외한 순수 FDI 흐름 분석에 집중하며, 보다 ‘실제 경제에 부합하는’ 투자 동향을 제공하고 있다.
선진국 둔화, 개도국 불균형 등 지역별 불안정한 지형도
선진국은 글로벌 FDI 하락세의 주요 진원지였다. 도관 FDI 영향을 제외한 ‘24년 선진국 FDI는 전년 대비 △22% 감소한 0.63조불에 그쳤으며, 특히 유럽은 △44%라는 급격한 하락세를 기록했다. 독일은 전년 대비 △89%나 감소했고, 스페인·이탈리아·프랑스 등도 전반적으로 뚜렷한 하강 곡선을 그렸다. 유럽 내 정치·재정 불안, 러·우戰 장기화 그리고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판단된다.
반면, 북미는 예외적인 회복세를 보이며 23% 성장했다. 미국은 2,790억불의 FDI 유입으로 세계 최대 투자유치국 지위를 공고히 했다. 특히, 10억불 이상 대형 M&A 건수가 증가하며 미국의 존재감이 재확인됐다.
개도국은 외형상 안정된 수치를 기록했다. ‘24년 개도국 FDI는 0.2% 증가한 8,700억불을 기록했지만, 지역 간 편차가 극명히 드러나는 한 해였다. 아프리카는 대형 도시개발 프로젝트로 전년 대비 75% 증가한 반면, 아시아는 중국 FDI가 △29% 감소하며 전체적으로 △3% 줄었고, 중남미도 △12% 하향곡선을 그렸다. 특히, 동남아는 역대 최대 수준의 FDI를 유치했지만, 이는 일부 국가에 국한된 현상이었다. 이러한 모습은 개도국 전체의 투자 집중화와 불균형 문제가 심화됨을 시사한다.
유형별 흐름 변화 - M&A 반등, 그린필드 양호
’24년 국경간 M&A型 FDI는 건수와 금액 모두 증가했다. 특히 ICT·핀테크·디지털 분야의 기업 인수 움직임이 활발해졌고, 미국 기업 중심의 M&A 확대가 선진국 전체 M&A 회복세를 견인했다. 그린필드(Greenfield)型 FDI 규모는 전년대비 △5% 감소했지만, 여전히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1.34조불)을 유지하고 있어, 생산라인 재편 및 공급망 대응 움직임이 지속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디지털 경제와 공급망 산업 - 구조적 전환의 두 축
산업별로는 디지털 부문이 명실상부한 주도권을 확보했다. 데이터센터,·클라우드· 이커머스·핀테크 등에 대한 투자는 무려 107% 증가했고, 관련 그린필드 프로젝트도 99% 급증했다.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수요는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는 투자 흐름이 명확히 나타나고 있다.
공급망 중심의 제조업 분야, 특히 반도체, 전기·전자, 자동차 등의 부문은 ‘재공업화 (re-industrialization)’ 및 지역 생산망 강화 움직임에 힘입어 지속적인 강세를 시현했다. 반도체 부문 FDI는 전년 대비 무려 140% 증가했으며, 동남아와 동유럽, 중미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생산라인 다변화가 지속 추진 중이다.
반면, 인프라·채굴·추출 부문은 투자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금리 상승과 자금조달 비용 증가는 금융자본 의존도가 높은 인프라 부문에 직격탄을 날렸다. 에너지 가격 변동성과 환경 규제 등으로 인해 핵심광물 채굴 투자는 급감(△48%)했다.
SDG 투자 감소와 국제화의 방향 전환
UN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 달성을 위한 투자도 위축세가 지속되는 모양새다. 개도국 대상 SDG 투자 금액은 △26%, 최빈국은 무려 △86% 감소했으며, 특히 인프라·재생에너지·운송 등 필수 분야 투자 급감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이와 동시에 UNCTAD는 다국적기업의 국제화 방향에도 주목했다. ‘24년에도 글로벌 100대 MNE의 해외 자산·매출·고용은 증가했으며, 특히 기술기업의 국제화 비중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한국의 SK하이닉스를 포함해 Tencent, Nvidia 등이 차세대 100대 MNE에 새롭게 편입될 예정이며, 기술 중심의 글로벌 생산 재편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25년 글로벌 FDI 전망
’25년 글로벌 FDI를 바라보는 시선은 대체로 비관적이다. GDP 성장률, 자본형성, 무역 규모, 금융시장 변동성 등 FDI 결정요인 대부분이 하방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M&A 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둔화된 수준으로, 반등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일부 긍정적 요소도 존재한다. 글로벌 대기업의 수익성은 여전히 견고하며, 수익재투자 형태의 FDI는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서 안정적 자금 유입 채널로 기능할 수 있다. 또한, 미국과 EU 등 주요국의 금리 인하 기조는 프로젝트를 위한 금융 회복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새로운 방향의 탐색
UNCTAD가 발표한 WIR 2025의 ‘24년 글로벌 FDI 동향은 수치의 상승과 하락 너머, 산업 구조재편·기술주도 전환·공급망의 지형 변화 그리고 지정학적 압력에 따른 투자 방향 전환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총량의 크기보다 흐름의 방향이다. 지정학·금융·기후·기술이 교차하는 다차원적인 변곡점에서, 글로벌 FDI는 기존의 양적 논리에서 벗어나 질적 재편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명확하다. 불확실성 속에서도 민첩하게 대응하고, 변화의 흐름 속에서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새로운 시야와 전략이다. 글로벌 FDI는 감소했으나, 투자의 미래는 지속되고 있다.
[K글로벌타임스] opinion@kglobal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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