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기 경제학 박사 /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동향분석실장
민경기 경제학 박사 /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동향분석실장

[K글로벌타임스] 최근 조지아州에서 발생한 사건은 미국의 FDI(외국인직접투자) 정책의 관심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시사하고 있다. 지난 9월 4일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운영하는 배터리 공장에서 약 450명의 ‘불법 체류자(unlawful aliens)’를 체포한 지 며칠 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 플랫폼 트루스소셜(Truth Social)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그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합법적으로 ‘아주 똑똑한 사람들(your very smart people)’을 데려오는 것은 환영한다. 단 한 가지 조건이 있다. 그 대가로 우리는 여러분이 미국 근로자를 고용하고 훈련시키기를 요구한다”라고 적었다. 이는 미국의 FDI 관련 정책적 관심이 단순한 자금의 유입을 넘어 ‘지식이전(knowledge transfer)’을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될 수 있다.

 

중국의 플레이북을 통한 교훈

중국은 FDI를 지식과 기술을 이전받는 ‘기술 습득의 창구’로 정교하게 활용해왔다. 단적인 예가 애플의 사례이다. 애플 본사는 매주 수십 명의 엔지니어를 중국 협력업체로 파견해 교육시켰다. 그런데 수개월 뒤 다시 방문해 보면 아예 새로운 직원들이 일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훈련받았던 직원들은 더욱 수익성 높은 생산라인에 배치되어, 교육받은 지식을 활용하고 있었다. 이는 우연이 아니라, 애플 최고의 인재들에게 배우고 일할 수 있다는 가치를 일찌감치 깨달은 중국 정부와 기업의 의도된 전략이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노동력 부족과 기술 격차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이 같은 ‘중국의 플레이북’을 가져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의제 속에서 FDI를 활용하려는 것으로 판단된다. 바이든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 모두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매우 제한적인 미국의 노동시장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인구조사국(Census Bureau)에 따르면 ‘노동력 부족’으로 최대 생산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응답한 생산업체 비율이 ‘21~’22년에 약 50%에 달했다. 최근 20% 수준으로 응답비율이 낮아졌으나, 여전히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문제는 단순히 노동자 수(數)만의 부족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50년간 제조업 기반을 대부분 상실한 미국의 기술 격차(skills gap) 문제 또한, 심각한 수준이다. 대만의 TSMC는 애리조나에 신설한 반도체 공장에서 인력 충원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현지 근로자들이 대만식 ‘엄격한 근무 문화’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는 사실이 ‘24년 일부 매체를 통해 보도된 바 있다. ‘타이완에서 통하던 방식이 애리조나에서 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TSMC는 수천 명의 자국 인력을 투입해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아시아 투자자들의 특징

그런데 여기에 한가지 또 다른 주목할 부분이 있다. 고전적인 FDI 이론과 달리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식이전(knowledge transfer)’에 큰 의욕을 보이지 않으며, 이러한 현상이 특히 아시아 투자자들에게 쉽게 발견된다고 서구 학계에서 자주 주장해 왔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그들은 반도체·배터리·자동차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를 보유한 아시아 기업들이 ‘지식이전’이 곧 ‘기술이전(technology transfer)’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한다고 주장한다. 아시아 기업들이 흔히 자국 인력과 공급업체를 동원하여 모든 과정을 처리하며, 지역사회에 파급 효과(trickle-down effect)를 거의 남기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한, 공장 건설 단계에도 현지 혹은 지역 건설업체를 거의 참여시키지 않는다고 지적되어왔다.

 

트럼프식 해법

미국을 비롯한 서방 언론들은 주로 이러한 문제점을 이번 구금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흐름을 뒤집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는 9월 7일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산업이 많고, 이제는 사람들을 훈련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조지아에서 일어난 상황은 매우 흥미롭다. ICE가 불법 체류자를 단속한 것은 옳았다. 하지만, 우리는 전문가들을 데려와 우리 국민을 훈련 시켜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향후 트럼프 행정부가 FDI를 통한 ‘지식이전’에 더욱 적극적으로 접근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필요한 것은 ‘암묵지(tacit knowledge)’

‘암묵지(tacit knowledge)’의 축적과 이전이야말로 산업혁명의 비밀 조리법이라는 주장이 있다. 암묵지란 ‘만드는 기술, 실무를 조직하는 방법, 사람들이 생산·유통·이동·소통·소비하는 방식’을 의미하며,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에도, 지난 45년간 중국의 경제발전에도 비밀 조리법으로 예외없이 적용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원리를 미래의 미국 경제에도 적용하려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먼저 외국인 투자자들을 설득해 그들이 미국 노동자들에게 교육하고 투자하도록 만드는 일이 과제로 남아 있다. 앞으로 이를 둘러싼 협상과 거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K글로벌타임스] opinion@kglobal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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