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기 경제학 박사 /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동향분석실장
민경기 경제학 박사 /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동향분석실장

[K글로벌타임스] 全 세계적으로 140조불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장기 투자자들이 자본주의 규칙을 다시 정의하고 있다. 국부펀드·연기금 등으로 불리는 이들은, 단순히 금융시장의 수익률만을 추구하는 존재가 아니다. 세대와 세대를 잇는 장기 자본시장의 관리자이기도 한 그들은 FDI(외국인직접투자)의 새로운 흐름과 전략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기존의 투자이론은 오늘날의 격변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기후위기, 美·中 패권 경쟁, 러·우戰, 기술패권 경쟁은 단순한 변동성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다. 인공지능· 합성생물학·양자컴퓨팅 같은 신기술은 산업 지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단기적 자본은 흔들릴 수밖에 없지만, 장기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을 견뎌내며 오히려 새로운 투자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이들의 행보는 글로벌 FDI의 장기적 변화에도 일정 부분 시사점을 제시한다. 참고로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은 생물학·공학·정보기술을 융합하여 새로운 생물학적 시스템이나 유기체를 설계·제작·재설계하는 학문·기술 분야를 의미한다.

CPPIB(Canada Pension Plan Investment Board, 캐나다 국민연금 자산 관리기관) 등 캐나다의 연기금들은 내부 역량을 바탕으로 인프라·부동산·사모(私募) 등 비상장 자산을 직접 투자하는 ‘캐나다 모델’을 구축하였다. 이는 단순한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아니라, 해외 실물자산과 장기 프로젝트에 대한 직접적인 관여, 즉 FDI의 비중 확대를 의미한다.

한편, GPFG(Norwegian Government Pension Fund Global, 노르웨이 국부펀드) 등을 중심으로 한, ‘노르웨이 모델’은 광범위한 분산과 초저비용 구조를 바탕으로 책임투자를 실현한다. 이 또한, 글로벌 FDI 맥락에서 볼 때 단순한 금융투자가 아닌 투명성과 ESG 원칙을 앞세운 장기적 해외투자의 일환으로 판단할 수 있다.

예일大 기금(Yale University Endowment)의 자산운용 방식을 의미하는 ‘예일 모델’은 최상급 매니저 네트워크를 통해 부동산·인프라 등 ‘비유동 대체자산’에 장기 투자하는 구조를 도입했다. 이는 해외 벤처·사모(私募) 시장을 통해 기술·혁신 역량을 흡수하는 전략적 자산 추구형 FDI와 맞닿아 있다.

또한, 싱가포르 국부펀드 ‘Temasek Holdings’의 운용방식, ‘테마섹 모델’은 국부펀드이지만 민간기업처럼 기민하게 움직이며, 아시아 신성장 산업과 해외 스타트업에 직접 지분투자를 단행한다. 이는 국가 차원의 산업정책과 해외투자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에는 새로운 흐름도 등장하고 있다. CalSTRS(California State Teachers’ Retirement System, 美 캘리포니아 공립학교 교사 퇴직연금)는 다른 기관과 공동투자(Co-investment) 모델을 수립하여 대체자산 투자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UC Investments(University of California Endowment, 캘리포니아大 기금)는 100년 단위의 장기 성과를 전망하는 단순·저비용 전략을 지향한다. 네덜란드의 APG(Algemene Pensioen Groep, 네덜란드 최대 연기금 운용기관), 호주의 AustralianSuper(Superannuation, 국민 퇴직연금 기금), 캐나다의 BCI(British Columbia Investment Management Corporation, 브리티시 컬럼비아州 공적 연기금 운용기관) 등은 데이터와 AI를 활용하여 투자 프로세스를 기술화하고, 위기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들은 해외자본 유입을 희망하는 국가에게 단순한 투자유치가 아니라, 장기적이고 회복탄력성을 갖춘 FDI 유치전략을 요구한다.

오늘날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FDI는 단순한 자본 유입 이상의 의미를 내포한다. 에너지 안보, 기술자립, 기후위기 대응,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위한 투자와 직결된다. 장기 투자자들이 보여주는 이와 같은 모델은, 각국이 어떤 형태의 FDI를 유치하고, 어떻게 장기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다. 자본을 단순히 수익 추구의 수단이 아니라, 미래 산업과 사회 구조를 설계하는 전략적 도구로 재해석해야 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결국, 자본주의의 규칙은 과거 월가의 단기적 속도전에서 정해졌다면, 앞으로 FDI 질서의 일부는 장기 투자자들이 만들어갈 지속가능성·혁신·안보를 고려한 새로운 게임의 규칙(Rule) 위에서 작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단순히 자본의 유입에서 멈추지 않고 자국의 장기적 비전과 맞닿은 FDI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K글로벌타임스] opinion@kglobal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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