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기 경제학 박사 /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동향분석실장
민경기 경제학 박사 /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동향분석실장

[K글로벌타임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는 미국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냉전 구도 속에서 미국의 동맹국들은 기꺼이 워싱턴의 리더십에 따랐고, 그에 따라 형성된 국제질서는 서방의 번영과 안보를 유지하는 주춧돌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 그 구도는 근본적인 균열을 겪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America First)‘ 정책은 오히려 세계를 미국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

 

유럽의 독자적 행보

이러한 변화의 가장 뚜렷한 징후는 유럽에서 찾아볼 수 있다. ‘25년 초, 독일 의회는 수십 년간 금과옥조처럼 고수해 온 부채감축 정책을 공식적으로 해제했다. 그 결정의 동인은 단순한 재정정책이 아닌 지정학적 요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 간의 파국적인 회담 이후, 독일은 미국 중심의 안보망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며 자율적인 방위 전략 구축에 나서고 있다. 더 큰 규모의 국방 예산, 독립적인 군사 체계 그리고 유럽 차원의 집단 안보 논의가 급속히 부상 중이다.

독일뿐 아니다. 프랑스는 유럽을 위한 핵우산 제공국으로 나설 것을 검토 중이며, EU는 유럽 전역에서 무려 6,500억 유로 규모의 추가 국방 예산을 추진 중이다. 이는 더 이상 미국의 방위 약속을 당연시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워싱턴과의 공조 대신 독자적인 안보 체제 구축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NATO 회원국에 ’국방비를 부담하는 국가만을 방어하겠다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발언은 오히려 대서양 동맹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있으며, 미국이 주장하던 '리더십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과거라면 상상도 할 수 없었을 일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에 대한 세계의 반격

미국의 슬로건과는 극명하게 대조적으로, 다른 국가들은 미국을 최우선으로 여기기를 거부하고 있다. 전 세계 정부는 국방에서 리쇼어링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에서 트럼프의 구상에 급진적인 반격을 가하고 있다. 과거 미국의 사상이 세계를 움직였고, 미국의 외교 정책이 서구의 외교 정책이 되었으며, 미국의 적대국들이 전 세계적으로 버림받았던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상황이다.

 

새로운 외교 상황과 군사적 갈등의 변화

새로운 외교 상황이 과거와는 다른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미국이 그은 Red 라인은 예전처럼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이스라엘과 이란이 서로 직접 공격하며 그림자 전쟁이 종식된 것부터, 군사적 갈등의 양상은 완전히 변화했다. 이러듯 각국 정부는 외교를 무시하고 무력 동원을 준비하고 있다.

 

자율적 노선·독자노선의 확산

이와 같은 변화의 아이러니는, 세계가 한때 미국을 ’최우선‘으로 여겼다는 데 있다. 미국의 외교 정책은 곧 서방의 외교 정책이었고, 미국의 적은 곧 세계의 적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America First‘를 외친 이후 오히려 각국은 자율적 노선으로 전환하고 있다. 국제 안보 지형도 크게 바뀌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직접 충돌, 러시아의 확장과 유럽의 재무장 등 기존의 균형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협상보다 선제 대응과 자력 안보가 우선시되는 흐름 속에서, 트럼프의 외교적 접근은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일본 역시 미군 주둔 확대가 중단될 수 있다는 관측 속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안보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다.

이제 세계는 묻고 있다. ‘미국은 과연 여전히 우리에게 우선순위인가?’ 트럼프는 세계 각국에 그 질문을 강요했고, 많은 정부는 그에 대한 대체 경로를 찾기 시작했다. 전 세계는 '미국 우선주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반응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국제 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하며, 각국은 자국의 이익과 안보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독자적인 노선을 모색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미국이 다시금 글로벌 리더십의 회복을 원한다면, 자국의 이익만을 앞세우는 외교가 초래한 결과를 직시해야 한다. 더 이상 세계는 미국의 말을 묵묵히 따르지 않으며, 때로는 그 말에 맞서기 위해 스스로 무장을 택하고 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은 역설적으로 미국을 최우선이 아닌 존재로 전락시켰다.

[K글로벌타임스] opinion@kglobal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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