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글로벌타임스] ‘25년 상반기 우리나라 FDI(Foreign Direct Investment, 외국인직접투자) 실적이 발표됐다. ‘25년 우리나라 상반기 FDI는 신고기준 ’24년 동기 대비 △14.6% 감소한 131.0억불을 기록했다. 반면, 도착은 72.9억불로 전년동기 대비 2.7% 증가했다.
지정학적 갈등·정책적 불확실성 확대에 의한 관망세에도 투자 지속
무엇보다 우리나라 FDI가 지정학적 갈등·혼란 지속, 무역장벽 확대 및 트럼프 2기 정책적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부정적 대외환경에도, 우리나라 FDI 유입이 지속되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할 수 있다.
산업부는 미국 관세 정책과 지난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내 정치적 불안정성으로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신규 투자 보류가 지속되면서 투자 의향을 나타내는 외국인 투자 신고가 전년동기 대비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25년 FDI 신고실적이 감소한바, 미국의 관세 조치와 국내 정치적 불안정성이 우리 외국인 투자유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외국인 투자 도착 실적은 기존 신고된 투자 건들이 일정한 시차를 가지고 정상적으로 유입되면서 양호한 결과를 보인 것으로 판단했다. 한편, 산업부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상황 속에서 상반기 실적만으로는 ‘25년 전체의 FDI 상황을 예단하기 어렵지만, 신정부 출범, 미국 관세 불확실성 완화를 계기로 하반기에는 실적이 개선되어 상저하고(上底下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도착 증가, 계획의 현실화와 신뢰의 증거
’25년 상반기 FDI는 신고기준으로 전년동기 대비 △14.6% 감소한 131.0억불을 기록했다. 반면, 도착 기준 금액은 2.7% 증가한 72.9억불을 기록했다. 이는 투자계획이 실제로 이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투자집행에 나섰다는 점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또한, 서비스업 중심의 투자 흐름, 도착 기준 투자 금액의 확대, 비수도권 지역으로의 서비스업 투자확산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 전환과 성장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서비스업 중심의 전환과 디지털 경제 진입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서비스업 부문의 투자 회복세였다. ‘24년 상반기 대비 10.6% 증가한 70.9억불 규모의 서비스업 투자는 한국 경제의 디지털화, 기술 중심 산업화의 핵심 축이 서비스업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부적으로는 정보통신, 도·소매, 금융·보험, 연구개발, 운수·창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방위적인 투자 흐름이 포착되었다. 이는 한국의 디지털 인프라 역량, 규제혁신 노력, 고급 인력 기반 등이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서비스업 투자 확대는 단기적 도착 금액 증가를 넘어서, 장기적으로 산업구조 고도화 및 첨단서비스 산업 경쟁력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 증가세는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진전을 뜻한다.
핵심소재·부품 공급망 안정화
한편, 제조업 FDI는 전년 대비 감소했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 조정 국면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최근 몇 년간 유입된 대규모 투자의 재투자 주기가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전기·전자, 화학공업 등 핵심소재·부품 중심의 전략적 투자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제조업 투자의 질적 전환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금속 및 화공 부문은 각각 역대 상반기 기준 1위 및 2위 실적을 기록하며 제조업 경쟁력 핵심 축으로써의 전통적 지위를 굳건히 했다. 한편, 배터리·반도체·바이오소재 등 미래산업에 필요한 첨단소재 중심 투자는 공급망 안정화와 기술자립도 제고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생산·고용의 선순환을 이끄는 그린필드 및 신규투자
’25년 상반기 그린필드型 투자와 신규투자도 지속되었다. 그린필드 투자와 신규투자 모두 전년 대비 감소했으나 각각 5년·10년 평균을 웃돌았다. 이는 단순한 자본 유입을 넘어 첨단 산업의 육성, 생산기지 확보, 고용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이끌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또한, 고부가가치 산업의 활발한 투자 활동은 향후 산업생태계 고도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투자 다변화
‘25년 상반기 우리나라 FDI의 또 다른 특징은 데이터센터, 물류센터, R&D 시설 등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반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증가다는 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코스트코 등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에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단행한 것은 우리나라의 디지털, 물류, 연구 인프라가 글로벌 기준에 부합함을 의미한다. 이와 더불어 신재생에너지 분야 해상풍력·태양광 투자도 본격화되며, 탄소중립 전환과 에너지 안보 강화 측면에서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불확실성의 시대, 한국 FDI의 방향성은?
글로벌 FDI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팬데믹 이후 고물가, 보호주의 강화, 공급망 재편, 정책적 분절화, 그리고 지정학적 리스크 등 복합적 요인이 글로벌 투자 흐름을 제약하고 있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FDI 심사 강화와 자국산업 보호 전략은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투자 환경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양적 확대를 넘어 질적 전환의 길로
’25년 상반기 우리 FDI 동향은 산업구조 전환과 미래경쟁력 확보, 지역균형 발전, 글로벌 신뢰도 제고라는 복합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비록 글로벌 환경은 녹록지 않지만, FDI는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하반기 실행력이다. ➊AI, 반도체, 소부장 등 그린필드 첨단산업을 타겟팅한 현지 IR, ➋국내 진출 외투기업을 대상으로 추가 투자 수요를 발굴하는 지역순회 IR 등 다양한 국내⸱외 유치활동을 통해 신규⸱증액 투자를 적극 독려하는 한편, ➌투자 신고에 그치지 않고, 국내경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실제투자(자금도착)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경주할 시점이다. 외투는 경제의 거울이자 국제사회의 신뢰도 지표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그 신뢰의 무게를 증명해내고 있다.
[K글로벌타임스] opinion@kglobal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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