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32차 투자 보고서, 불확실성과 규제강화 시대로의 회귀
’25년 글로벌 경제는 팬데믹의 잔재와 새로운 지정학적 충돌 그리고 기후변화라는 복합적인 위기 속에서 심각한 재편을 겪고 있다. 최근 OECD와 UNCTAD가 G20에 제출한 제32차 투자 보고서(분석기간, ‘24년 10월~’25년 10월)는 이러한 격변의 시대를 통과하는 국제 자본 흐름과 정책 변화를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다.
지난 ’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G20 국가들은 ‘투자 및 무역 자유화’를 공동 약속하며 국제협력의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20년 팬데믹을 기점으로 세계는 다시 ’불확실성과 규제강화‘의 시기로 돌아가는 듯하다.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불균형 회복 속, 기후 위기·무역 갈등·신기술 보안 등의 요인이 투자 흐름에 질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글로벌 FDI 3년 연속 하락, 투자 둔화의 구조화
보고서에 따르면 ’24년 글로벌 FDI(외국인직접투자) 흐름은 전년 대비 또다시 감소했다. 특히, G20 대다수 국가의 투자가 팬데믹 이전보다 낮은 수준으로 위축되었다. EU는 일부 회복했으나, 이는 특정 국가에 국한된 대형 프로젝트의 영향에 기인한다. 미국도 ‘25년 2분기 제조업 중심 FDI 증가세를 기록했으나, 전반적인 회복세로 판단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보고서는 이를 경기둔화의 문제가 아닌, 지정학·정책·기후 등의 복합적·구조적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달러의 반전과 자본 흐름의 이동
’24년 하반기부터 관측된 미국 달러화 강세는 글로벌 자본 흐름에 큰 영향을 미쳤다. 금리 차 축소, 强달러 기조, 세계 경제 불확실성 등의 조건이 맞물리면서 신흥국으로부터 포트폴리오 투자자금 유출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25년 중반 이후 상황은 반전되었다. 달러화는 최근 3년 만의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으며, 다시 신흥국(EM)과 일본·유럽 등 주요국으로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일본과 유럽이 자금 유입을 기록한 반면, 중국은 ’25년 7월 이후 채권 유출과 자산 재편이 가속화되었다.
이러한 달러화 약세는 경제이론과 과거 경험에 역행하는 현상이었다. 이는 달러화가 더 이상 ‘무조건적인 안전자산’으로 작용하지 않는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달러화 약세에는 미국 자산에 대한 위험 인식이 높아졌고, 미국과의 무역 갈등, 일부 국가의 외환시장 개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투자정책, 안보와 경제적 민감성 중심으로 재편
보고서에 따르면 G20의 투자 정책은 과거의 “개방 추세”에서 벗어나 안보 중심의 관리 체계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캐나다, 러시아 그리고 한국 등 8개국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외국인 투자심사 강화 조치를 도입했다. 다수 국가에서 기술, 인공지능, 인프라, 생명과학 등 민감 분야에 대한 외국인의 접근은 점점 더 제한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는 정치적 목적뿐 아니라 경제적 전략 수단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자국 기술 보호’, ‘전략산업 자립’을 위한 선별적 규제는 향후 G20 내에서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 투자협정(IIA)의 다층화
보고서에 따르면 G20 국가들은 ‘24년 10월부터 ’25년 10월까지 10건의 양자 투자협정(BIT)과 4건의 기타 국제투자협정(IIAs)을 체결했다. 이는 양자투자협정과 다자·포괄 협정이 병행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기존 투자자 보호 중심에서, 데이터·기후·지속가능성 요소가 강화하는 등 안보 및 환경조항이 강화되는 추세라고 한다. 이는 국제 투자 질서가 단순 ‘보호나 자유화’가 아닌, ‘선별적 자유화와 정책적 목적 강화’ 방향으로 재편 중임을 시사한다.
개방성과 전략적 대응의 균형 필요
보고서가 강조하는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정책의 균형점’이다. 지금의 세계는 두 가지 상반된 흐름이 공존한다: 바로 ‘개방과 회복을 지향하는 경제시스템’과 ‘보호주의와 안보 중심 정책을 강화하는 정치 시스템’이 그것이다. 우리나라처럼 개방 경제이면서도 기술 중심 산업에 강점을 보유한 국가는 두 시스템 사이에서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먼저, 선진국 규제강화 속에서 기술 보호 및 공동 표준 선도가 필요하다. 그린 전환과 디지털 투자유치를 위한 제도적 인센티브가 확대되어야 한다. 개방성은 유지하되, 전략산업(반도체, 바이오, 배터리 등)에 대한 선택적·정교한 규제가 고려되어야 한다. 다자간 협정과 중견국 외교 역량을 활용한 투자 방어체계 구축이 요구된다.
‘투자 회복’이 아닌 ‘투자 전환’의 시대
이제는 단순한 FDI 유입 증대가 아닌, 지속가능하고 전략적인 자본 흐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후 변화 대응, 디지털 전환, 공중보건 투자와 같은 미래 과제에 자본을 연결시키는 것이 새로운 투자 정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지금이 바로 全 세계가 새로운 투자 패러다임을 설계하는 전환점이며, 우리 정부나 기업 역시 이러한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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