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전과나눔은 7월 23일 서울 강남구에 자리한 GS타워에서 제78회 기업가정신 포럼을 개최했다. [사진=(사)도전과나눔]
(사)도전과나눔은 7월 23일 서울 강남구에 자리한 GS타워에서 제78회 기업가정신 포럼을 개최했다. [사진=(사)도전과나눔]

[K글로벌타임스] AI가 촉발한 기술 혁신의 물결이 인재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구조조정부터 국내 기업들의 조직 재편까지, ‘인사태풍’이 글로벌 산업계 전반을 관통하고 있다. 단순한 해고와 감축을 넘어, 새로운 기술 환경에 적응하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인재 재편이 본격화되는 흐름이다.

사단법인 도전과나눔(이사장 이금룡)은 인공지능 시대의 조직 변화, 인재 전략, 기술 패권 경쟁의 실체를 공유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도전과나눔은 7월 23일 서울 강남구 GS타워에서 ‘AI 발 인사태풍, 인재 지형을 바꾸다’라는 주제로 제78회 설감 기업가정신 포럼을 개최했다. 78회째를 맞은 기업가정신 포럼은 CEO 500여 명이 참여하는 대표 조찬 포럼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날 포럼에는 손재권 더밀크 대표이사(전 매일경제 실리콘밸리 특파원)와 이복기 원티드랩 대표이사가 연사로 나섰다. 이른 아침에도 불구하고 이날 행사에는 300여 명의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참석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행사 시작에 앞서 포럼의 모더레이터 이금룡 이사장이 무대에 올랐다.

포럼의 모더레이터 이금룡 이사장이 강연 주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사)도전과나눔]
포럼의 모더레이터 이금룡 이사장이 강연 주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사)도전과나눔]

이금룡 이사장은 “신세계나 롯데가 돈이 없어서 쿠팡에 밀리는 게 아니다. 김범석이라는 한 사람의 생각의 수준이 신동빈, 정용진 회장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라며,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생각이 높은 사람이 결국 판을 이끈다”고 운을 뗐다.

그는 “높은 수준의 생각과 통찰력을 갖기 위해선 새로운 관점과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유입해야 한다”며,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생각의 깊이’이며, AI 역시 그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금룡 이사장은 인재 선발 기준의 변화를 언급하며, 한 대기업 회장의 말을 인용했다. “그는 자회사 사장을 뽑을 때 오직 하나만 본다고 했다. 그 업에 ‘몰입’하고 있느냐. 다른 건 중요하지 않다. 몰입한 사람은 반드시 성과를 만든다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실제로 그런 인사 전략으로 빠르게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젊은 CEO들이 등장하고 있다”며, 몰입과 집중이 실력과 성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금룡 이사장은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해고 태풍에 대해 “지금 세계에서 가장 추운 곳은 실리콘밸리”라며,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이익을 내고 있음에도 인력 구조를 대대적으로 재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단순한 구조조정이 아니라, AI가 중간관리자와 신입사원 역할을 대신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며, “AI는 이미 조직 안으로 들어와 인간이 하던 일을 대체하고 있으며, 이는 산업화 이후 인사·조직 시스템의 가장 큰 전환”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AI를 기술로만 인식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이제는 기술 도입이라는 표현도 적절하지 않다. AI는 반드시 내가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알아야 하는 생존의 도구”라고 강조했다.

이금룡 이사장은 “월 3만 원짜리 GPT로도 충분히 가능한 업무를 수백만 원 들여 사람에게 맡기는 조직이 아직 많다. 이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안목의 문제”라며, “AI와 HR, 경영 전반의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세션에 앞서 특별 강연에 나선 이중학 가천대학교 교수.[사진=(사)도전과나눔]
세션에 앞서 특별 강연에 나선 이중학 가천대학교 교수.[사진=(사)도전과나눔]

세션에 앞서 특별 강연에 나선 이중학 가천대학교 교수는 “지난 SHRM 컨퍼런스에서 AI와 HR의 통합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며, “2023년과 2024년에는 AI 사용법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면, 2025년에는 AI와 AR이 통합될 방법에 대한 사례들이 많이 공유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AI가 더 이상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HR 조직 내의 중요한 동료로 자리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AI는 이제 단순한 소프트웨어나 도구가 아니라, 동료로서 우리 조직 내에서 일하는 방식, 리더십, 소통 방식을 변화시키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어서 최근 HR과 IT의 통합 사례를 소개하며, 모더나가 IT와 HR을 통합하면서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설명했다. “모더나는 HR과 IT를 통합하며 AI 에이전트를 조직의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이로 인해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Microsoft(MS)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직무 구분을 없애고, 모든 직원들이 AI와 협력하며 일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대해 언급했다. “MS는 향후 5년 이내에 모든 직원들이 AI 에이전트와 매니저처럼 기능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AI 에이전트가 개인의 경력 관리뿐만 아니라 구직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AI 에이전트는 이제 개인의 경력 포트폴리오의 중요한 부분이 됐다”며,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에이전트를 사고파는 시장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AI를 통한 의사 결정의 중요성과 위험성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미국의 94%의 관리자가 직원의 승진, 해고 등을 결정할 때 AI를 사용하고 있지만, 20%는 AI에 의사 결정을 전적으로 맡기고 있다”고 전하며, “이러한 의사 결정이 잘못된 방향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에, AI를 활용한 의사 결정을 내리기 전에는 충분한 교육과 윤리적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마지막으로 AI와 HR의 통합이 조직 관리의 전반적인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하며, “오늘 이 자리에서 논의된 AI와 HR의 통합을 통해 모든 리더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준비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첫 세션 무대에 오른 손재권 더밀크 대표는 ‘실리콘밸리 빅테크 해고 쓰나미, 혁신인가? 구조조정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첫 세션 무대에 오른 손재권 더밀크 대표는 ‘실리콘밸리 빅테크 해고 쓰나미, 혁신인가? 구조조정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사진=(사)도전과나눔]
첫 세션 무대에 오른 손재권 더밀크 대표는 ‘실리콘밸리 빅테크 해고 쓰나미, 혁신인가? 구조조정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사진=(사)도전과나눔]

손 대표는 “실리콘밸리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현재 벌어지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해고가 단순한 인건비 절감이나 불황 대응이 아닌,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으로의 전환 과정임을 말씀드리고자 한다”며 발표를 시작했다.

그는 최근 2~3년간 이어지고 있는 테크 기업들의 인력 감축 현상을 짚으며, “팬데믹 이후 채용한 인력을 되돌리는 ‘정리’라는 시각보다, AI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리포지셔닝(재배치)’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구글, 메타, 아마존 등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이 단지 인력을 줄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AI 중심의 조직 개편과 신기술 도입을 통해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2022년 말 등장한 ChatGPT는 단순한 툴이 아니라, 지식노동 전반의 지형을 바꾼 사건”이라며 “이후로 디자이너, 개발자, 마케터 등 고급 인력의 업무 방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I는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는 도구를 넘어, 인간의 창의적 영역까지 일부 대체하고 있으며, 그 결과 기존 직무와 조직 구조 자체가 재정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구조조정은 이러한 전환의 시작점일 뿐”이라며, “진짜 중요한 건 어떤 인재를 남기고 어떤 기술을 중심에 둘 것인가에 대한 기업의 전략적 판단”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AI 관련 핵심 인재를 선별적으로 유지하거나 외부에서 적극 영입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전과 같은 일률적 채용은 더 이상 없다. 이젠 기술이 요구하는 인재만 살아남는다”고 덧붙였다.

손 대표는 한국 기업들에게도 “단기적인 인력 조정에 매몰되기보다, AI 전환에 맞춰 인재를 재배치하고 기술적 기반을 확립해야 한다”며 “조직의 미래는 사람보다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AI 시대는 단순한 자동화가 아닌, 인간의 능력을 다시 정의하는 혁신의 시대”라며 “쓰나미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제대로 준비한 기업에겐 기회의 바다가 될 것”이라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이어 원티드랩 이복기 대표이사가 'AI가 바꾸는 고용 지형, 한국 기업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사진=(사)도전과나눔]
이어 원티드랩 이복기 대표이사가 'AI가 바꾸는 고용 지형, 한국 기업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사진=(사)도전과나눔]

이어 'AI가 바꾸는 고용 지형, 한국 기업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 이복기 원티드랩 대표이사는  올해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인사 컨퍼런스 ‘SHRM’을 바탕으로, 글로벌 HR 트렌드와 AI 도입의 현주소를 구체적인 기업 사례와 함께 소개했다.

이 대표는 “2023년까지는 ‘ChatGPT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주된 관심사였다면, 2024년부터는 ‘AI를 조직에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로 논의가 옮겨갔다”며 “AI는 이제 더 이상 툴(tool)이 아니라, 일의 방식과 조직 문화 전반을 바꾸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회의를 기록하고 요약하고 인사이트를 뽑아내는 AI 에이전트를 곁에 두고 일하는 것이 이제 현실”이라며 “AI는 인간과 나란히 일하는 ‘디지털 동료’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모더나(Moderna) 등의 사례를 통해, AI와 HR 시스템이 어떻게 결합되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모더나는 HR과 IT 부서를 통합했고, ‘우리의 구성원은 인간만이 아니라 AI 에이전트까지 포함된다’는 전략을 공식화했다”며 “이제 HR은 단순한 인력 관리가 아닌 기술·문화·시스템 통합의 핵심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HR의 정의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이상 ‘Human Resource(인적 자원)’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이제는 사람과 AI가 함께 작동하는 ‘Hybrid Resource(하이브리드 리소스)’로 바꿔 불러야 한다”고 역설했다.

구체적인 변화도 이어졌다. “미국의 몇몇 선도 기업들은 직무 구분 자체를 없애고 있다”며 “MS는 앞으로 5년 안에 모든 직원이 AI 에이전트와 함께 일하며, 매니저처럼 기능하는 구조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AI가 인사 의사결정에 이미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미국 관리자의 94%가 승진, 급여 인상, 해고 등 주요 HR 판단에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20%는 완전히 AI에 의사결정을 맡기고 있다”며 “그러나 이 중 절반 이상은 관련 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AI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리더십의 문제”라며 “의사결정을 내리는 리더가 AI를 모르고, 활용법도 이해하지 못한 채 위임하는 것은 조직에 더 큰 리스크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앞으로의 HR은 사람이나 직무 단위가 아니라, ‘일(work)’과 ‘과업(task)’ 단위로 관리되어야 한다”며 “AI와의 협업을 전제로 조직을 재설계해야만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포럼의 마지막 세션에서 이금룡  이사장은 강연자들의 내용을 종합하며, ‘AI 시대 생존의 조건’에 대한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이제는 노아의 방주가 아니라 AI 방주의 시대”라며 “AI라는 새로운 물결 앞에 조직은 둘 중 하나다. 먼저 방주에 올라타든지, 아니면 홍수에 휩쓸려 사라지든지”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AI 방주’라는 개념을 통해 AI 시대를 준비하는 조직과 그렇지 못한 조직 간의 생존 격차를 설명했다. 특히 “성경에서 중요한 전환점마다 ‘40’이라는 숫자가 등장하는데, 지금 이 시대에도 40개 기업, 40개의 직무, 40개의 리더십이 먼저 변화를 주도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상징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이금룡 이사장은 AI가 대체하지 못할 두 가지 영역으로 ‘크리에이터 그룹’과 ‘고객 성공 그룹’을 꼽았다.

그는 “회사를 끊임없이 재설계하고 변화시키는 사람들, 그리고 고객과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성공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은 AI가 절대 대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기존의 중간 관리자 그룹은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 이사장은 “관리만 하는 사람, 지시만 하는 리더는 더 이상 필요 없다”며 “앞으로의 조직은 아령처럼 중앙은 가볍고 양 끝단의 역량, 즉 창의성과 고객 중심성이 더욱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금룡 이사장은 실리콘밸리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해준 손재권 대표와, 인재 채용 기업에서 AI 에이전트 회사로 변신한 이복기 원티드랩 대표, 그리고 글로벌 HR 트렌드를 공유한 이중학 교수의 발표에 대해 감사 인사를 전하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78회 기업가정신 포럼에는 스타트업 CEO 등 관계자 300여 명이 참석했다.[사진=(사)도전과나눔]
78회 기업가정신 포럼에는 스타트업 CEO 등 관계자 300여 명이 참석했다.[사진=(사)도전과나눔]

[K글로벌타임스 김동현 기자] kimdh@kglobal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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