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터뷰] “AI로 공정한 기회를 만든다”… 이큐포올, 접근성 혁신의 글로벌 표준을 세우다

이큐포올 이인구 대표

2025-11-10     김동현 기자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2024 ATSC NextGen Broadcast Conference에서 FCC 관계자에게 설명하는 이인구 대표의 모습.(사진=이큐포올)

[K글로벌타임스]  청각장애인, 발달장애인, 고령층 등 사회적 약자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기술 기업이 있다.

이큐포올(EQ4ALL)은 “따뜻한 기술로 공정한 기회를 만든다”는 철학 아래, 인공지능(AI) 기반 수어 번역과 쉬운 정보 변환 기술을 개발해 모두가 동등하게 정보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가장 엄격한 글로벌 사회적 기업 인증기관인 '비콥(B Corp)'의 인증을 획득한 이큐포올은 접근성 기술의 세계 표준을 만들어 가기 위한 단계를 밟아 나가고 있다.

 

Q1. 이큐포올 기업 및 주요 서비스 분야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큐포올은 ‘따뜻한 기술로 공정한 기회를 만드는 소셜벤처’입니다. AI, 특히 초거대 언어모델 기반의 접근성 기술을 통해 사회적 약자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우리가 집중하는 핵심 분야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AI 기반 수어 번역 기술, 또 하나는 쉬운 정보(Easy Read) 변환 기술입니다.

이 두 기술을 통해 청각장애인, 발달장애인, 고령층 등 정보 이해가 어려운 분들도 동등하게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큐포올은 기술을 사회적 약자에게 ‘먼저’ 사용하는 회사입니다.

사회적 임팩트를 최우선으로 하면서도, 그 안에서 지속 가능한 경제적 가치를 함께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B Corp(비콥) 인증을 국내 25번째로 획득했습니다.

비콥은 사회적 성과와 재무적 성과를 함께 입증해야 받을 수 있는 글로벌 표준 인증입니다.

 

Q2. 아바타 수어 번역 플랫폼으로 대표되는 이큐포올의 특별한 기술과 관련하여 이큐포올만의 강점을 중심으로 상세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이큐포올의 대표 기술인 ‘아바타 수어 번역 플랫폼’은 초거대 언어모델 기반의 하이브리드 엔진을 탑재해 한국어를 수어로 번역하는 시스템입니다.

수어 데이터는 일반 언어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이큐포올은 딥러닝과 규칙 기반 구조를 결합한 Hybrid AI 엔진을 개발했습니다. 이를 통해 문맥을 정확히 이해하고 자연스러운 수어 문장으로 변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수어는 손동작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얼굴 표정, 눈짓, 입 모양 등 비수지 신호까지 데이터로 분석해야 문장이 완성됩니다.

이큐포올은 이러한 비언어적 요소까지 정교하게 반영해 언어적 정확도와 감정 전달력을 동시에 구현했습니다.

이 기술은 서울 시내 지하철의 수어 안내 시스템, LG전자 서비스센터, 국립중앙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 등 다양한 전시관의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문화·전시·교육 콘텐츠 등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아바타 방식은 내용 수정이나 추가가 용이하고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어, 향후 공공정보 서비스나 민간기업 서비스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큽니다.

2024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IBC 전시회에 마련된 이큐포올과 일본 NHK의 공동 부스.(사진=이큐포올)

 

Q3. 미국, 독일, 유럽 등지의 기관, 기업, 학교들과 협력해 오셨는데요. 해외 진출 현황과 사례에 대해 알려 주세요.

이큐포올은 창업 초기부터 “우리 기술을 세계 어디서나 통하게 하자”는 목표로 해외 협력에 적극 나섰습니다.

2019년 SLTAT(Sign Language Translation and Avatar Technology) 국제학술대회에서 논문을 발표하며 국제 무대에 첫 발을 디뎠고, 이후 독일 함부르크대 여름학교에 참여해 수어 데이터 구조에 대한 전문성을 높였습니다.

제8회 SLTAT에서는 기업 최초로 조직위원(Organizer)을 맡기도 했습니다.

2021년부터 4년간 진행된 산업통상자원부 수어 번역 기술 개발사업에서는 독일 DFKI(Deutsches Forschungszentrum für Künstliche Intelligenz, 인공지능연구소), 미국 드폴대학(DePaul University)과 공동 연구를 진행해 기술력을 인정받았으며, 2024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했습니다.

산업계 협력도 활발합니다.

요르단의 MindsRocket, 일본 NHK, 오스트리아 Signtime 등과 교류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했습니다.

2023년에는 글로벌 수어 산업 기술 세미나를 주최해 전 세계 주요 기관과 기업을 초청했으며, 이들의 업력을 모두 합치면 154년에 달했습니다.

NHK와는 공동 워크숍 개최 및 IBC(국제방송기술전) 공동 부스 참가 등 협력을 이어 오고 있고, Signtime과 MindRockets(아랍권)과는 MOU를 체결했습니다.

또한 세계농아인대회(WFD World Congress)에 매년 부스로 참가해 현지 농인들의 피드백을 직접 받아 기술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2023년 미국 NAB Show에서는 재난방송 수어 접근성 기술을 발표했고, 이를 계기로 SBG(Sinclair Broadcast Group), PMVG(Public Media Venture Group)과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현재 테네시주 공영방송국 WCTE에서 베타 서비스를 운영 중입니다.

 

Q4.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데 있어 주안점을 두는 포인트가 있을까요?

해외에서는 기술력 못지않게 문화적 존중과 현지 농사회의 신뢰가 중요합니다.

수어는 각 나라의 문화와 정체성이 담긴 시각 언어이기 때문에, 현지 농인의 인정을 받지 못하면 기술의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해당 국가 농인이 인정하는 기술’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각국의 농인을 프로젝트에 직접 고용해 실제 사용자 입장에서 표현을 검증하고 피드백을 반영합니다.

기술 수출이 아니라 문화적 협력을 통해 ‘그들의 언어로 기술을 성장시키는 것’이 우리의 진출 전략입니다.

 

Q5. 해외 사업 확장 과정에서 겪은 도전 과제와 해결 방안은 무엇입니까?

가장 큰 도전은 신뢰 구축이었습니다.

해외 파트너에게는 새로운 기술보다 ‘작은 스타트업의 기술을 써도 될까’라는 불안감이 더 큽니다.

우리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공신력 확보에 집중했습니다.

ITU-D(국제전기통신연합 개발부문) 정기회의에서 기술을 공식 발표하고 최종 보고서에 등재되도록 했습니다.

또한 UNESCO, ITU AI for Good 등 국제기구에서도 기술의 사회적 의미와 사례를 공유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작지만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인식을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2024 ATSC NextGen Broadcast Conference에서 ATSC President Madeleine Noland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는 이인구 대표.(사진=이큐포올)

 

Q6.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누릴 수 있는 기술’을 실현하기 위한 로드맵이 있다면요?

우리의 기술 방향은 기회의 평등을 만드는 것입니다.

정보 접근성이 부족하면 교육·취업·사회 참여 등 모든 영역에서 격차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방송, 공공기관, 교육기관에 수어 번역 기술을 확대 적용해 청각장애인의 정보 소외를 해소하고 있습니다.

또한 2024년부터는 국내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쉬운 정보 전문 기업 ‘소소한소통’과 함께 발달장애인과 문해력이 낮은 성인을 위한 ‘쉬운 정보(Easy Read) 변환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는 복잡한 문서나 안내문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바꾸는 서비스로, 2025년 말 베타 런칭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민연금공단이 수요 기관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이 서비스를 통해 더 많은 국민이 동등한 정보 접근성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Q7. NIPA 지원사업을 진행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NIPA 지원사업은 해외 시장 진출의 디딤돌이 되었습니다.

특히 미국 방송 시장의 주요 관계자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성과였습니다.

이 인연이 ITU 회의와 미래방송포럼으로 이어지면서, 단순 협력 파트너를 넘어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동료로 발전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작은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를 쌓는 데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Q8. 정부 차원에서 추가되길 바라는 지원사업이 있다면요?

해외 진출은 기술력뿐 아니라 시간과 리스크가 큰 도전입니다. 대부분의 과제가 1년 단위로 진행되지만 실제 수행 기간은 6~7개월에 불과합니다.

우수 기업에 한해 1년 연장 지원이 가능한 구조로 바뀌면 좋겠습니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 기술 인증이나 공신력 보증 프로그램을 도입해 해외 시장에서 신뢰 기반을 마련해 준다면 작은 기업들도 훨씬 안정적으로 진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부의 지원이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신뢰와 지속성’을 만들어 주는 구조로 발전하길 기대합니다.

 

2025년 1월 미국 테네시주에서 열린 PMVG와 MOU 체결식.(사진=이큐포올)

 

Q9. 앞으로의 해외 진출 계획이 궁금합니다.

현재는 미국 방송 시장의 재난방송 분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시장 진입 속도는 느리지만, 현지 파트너들과 협력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검증된 기술을 기반으로 미국 지하철 발매기 수어 접근성 프로젝트와 아랍권 철도 내 수어 안내 서비스 제안을 진행 중입니다.

이큐포올은 단순히 기술을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농사회와 함께 지속 가능한 접근성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K글로벌타임스 김동현 기자] kimdh@kglobal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