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관세와 스테이블코인의 태풍을 대비하라’…(사)도전과나눔, 제 80회 기업가정신 포럼 개최
[K글로벌타임스] 사단법인 도전과나눔(이사장 이금룡)이 매달 개최하는 국내 대표 기업가정신 조찬 포럼이 미·중 무역 갈등과 디지털 금융 혁신이라는 두 가지 글로벌 현안을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사)도전과나눔은 9월 24일 서울 강남구 GS타워 아모리스홀에서 ‘판이 바뀌고 있다. 미국發 관세와 스테이블코인의 태풍을 대비하라’라는 주제로 제80회 설감 기업가정신 포럼을 개최했다. 매회 500여 명의 CEO들이 참여하는 대표 조찬 포럼으로 자리매김한 이 행사는 이달로 80회째를 맞았다.
이날 포럼에서는 김석오 ICTC 국제관세무역자문센터 이사장이 ‘미국發 고율관세 충격, 한국의 생존과 도약 전략’을, 이종섭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가 ‘스테이블코인, 금융산업의 게임체인저로 떠오르다’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기조연설에 나선 포럼의 모더레이터 이금룡 (사)도전과나눔 이사장은 “한국 자동차와 철강 업계가 여전히 자동차 25%, 철강 50%의 높은 관세를 적용받고 있어 산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국가 지도자에게는 불확실성을 뚫고 나갈 재갈량 같은 참모와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할 사마의 같은 참모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날 포럼의 연사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금룡 이사장은 “김석오 이사장은 중소기업 관세 문제 해결을 위해 설립한 센터가 6~7년간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이종섭 교수는 제조업 시대 금융에서 블록체인과 스테이블 코인 기반 금융으로의 전환 필요성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 이사장은 “대한민국이 글로벌 변화 속에서 관세·금융 문제를 어떻게 돌파할지, 오늘 전문가 강연에서 명쾌한 해답을 얻길 바란다”고 행사의 포문을 열었다.
이어 ‘미국發 고율관세 충격, 한국의 생존과 도약 전략’이란 주제로 연단에 선 김석오 ICTC 국제관세무역자문센터 이사장은 “제가 말씀드릴 내용은 거창한 미래가 아니라 당장 먹고사는 문제, 바로 관세와 세금”이라며 화두를 던졌다.
김 이사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철학을 언급하며 “트럼프는 ‘관세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말했고, 이를 통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미국은 상호관세, 환적관세, 철강·알루미늄 파생품 관세 등 중첩 구조를 만들어 한국 자동차와 철강 산업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일본은 자동차 관세율이 15%로 낮아진 반면 한국은 여전히 25%를 적용받고 있다며 “산업 경쟁력에서 뚜렷한 불리함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관세는 기본세율에 파생·품목별 세율이 더해지는 구조”라며 “HS 코드 분류와 원산지 증빙이 수출 기업의 생존을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대응 전략으로는 △포린트레이드존(FTZ) 활용 △소재·설계 변경을 통한 ‘관세 엔지니어링’ △First Sale 제도 등을 제시했다. 김 이사장은 “합법적으로 관세를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은 충분히 있다”며 “다만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려운 만큼 공동 FTZ 구축, 디지털 이력추적 시스템, 통상 전문인력 양성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미국의 정책 기조에 대해서도 “관세 폭탄은 대외무역 적자와 안보비용을 동맹국에게 분담시키려는 전략”이라며 “CPTPP 가입과 신흥국 FTA 확대 같은 외교적 대응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김 이사장은 “관세 폭탄은 소나기처럼 쏟아지고 있지만 K-푸드·K-콘텐츠 등 한류의 대세 흐름은 멈출 수 없다”며 “위기를 잘 버틴다면 다시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무대에 오른 이금룡 이사장은 김석오 이사장의 강연을 들은 뒤 “정말 한 분야를 이렇게 일목요연하게 깊이 있게 설명해 주시는 분은 드물다. 연사를 잘 모셨다는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이 요구하는 3500억 달러 투자 조건과 관련해 “이는 우리나라 전체 외환보유액의 84%에 해당한다.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하면서도 “미국은 이를 안보망 사용료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는 만큼 협상에서 우리의 아킬레스건을 쉽게 드러내지 말고 국방·조선 등 취약 분야를 leverage로 삼아 보다 강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그는 “관세 체계가 실질적 변형 등으로 과거보다 훨씬 복잡해졌다”며 “그러나 복잡성을 회피하지 말고 오히려 학습과 대응 능력으로 극복한 기업이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 이사장은 “오늘 이 강의를 들은 분들은 앞으로의 불확실성을 헤쳐 나갈 수 있는 행운을 얻은 것”이라며 이종섭 교수에게 마이크를 전달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 금융산업의 게임체인저로 떠오르다'라는 주제로 무대에 오른 이종섭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돈은 결국 데이터의 소유권 이동”이라며 “현금의 일련번호가 이전되듯, 온라인에서는 암호화된 데이터가 지갑 간에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블록체인을 “누구나 주소를 만들고, 가치를 ‘첨부파일’처럼 주고받는 개방형 이메일 시스템”에 비유하며 “여러 참여자가 공동으로 기록을 합의하는 공용 장부가 블록체인”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은행 같은 중앙 관리자가 없어도 지급결제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비트코인의 한계를 지적하며 “가치 변동성이 커 대금 결제에는 불편하다”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스테이블코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담보자산과 1:1로 연동되고, 발행사의 담보 투명성과 유동성이 1달러 가치를 지탱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퍼블릭 블록체인 위 스테이블코인은 국경 없이 수분 내 송금이 가능하다”며 “전통적인 달러 송금 대비 돈의 속도가 압도적으로 빠르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선택해 달러 유통을 가속화하고, 단기 국채 수요와 자본시장을 직접 연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 전망에 대해 이 교수는 “다음 단계는 자산 토큰화”라며 “주식·채권·부동산·매출채권까지 토큰으로 발행돼 직접 유통되는 플랫폼 금융 시대로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대응 방안으로는 “결제에만 머무르지 말고 신용 평가, 토큰증권(STO), 무역금융 등으로 확장해야 한다”며 “데이터 기반 금융 인프라를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끝으로 그는 “돈의 인터넷화는 이미 시작됐다”며 “지금 참여하지 않으면 글로벌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금룡 이사장은 “블록체인과 스테이블 코인에 대해 기초적인 설명은 잘 들었다”며 이종섭 교수에게 현실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가상자산 활성화를 공약했고, 현재 국회에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5개 법안이 발의돼 있다”며 “대한민국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원화 기반으로든, 아니면 다른 형태로든 실제로 활성화되기 위한 입법 절차와 단계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물었다.
질문을 들은 이 교수는 “현재 국회에는 스테이블코인만을 다룬 법안과 디지털자산 전체를 포괄하는 법안이 함께 논의되고 있다”며 “부분 법안만 만들면 상호 정합성이 떨어질 수 있는 만큼 큰 그림을 담은 기본법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위원회가 준비 중인 안은 10월 말 공표될 예정이며, 이후 공청회를 통해 시장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경쟁 구도와 관련해서는 “핀테크 사업자는 글로벌 확장성이 강점이고, 은행은 안정적인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며 “국내 결제망과 스테이블코인 네트워크는 함께 가야 하고 각자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카카오, 네이버 등 대형 IT기업들도 각자의 강점을 살려 블록체인 생태계에 진입하고 있다”며 “글로벌에서는 카드사들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와 협업해 신용 스코어링을 시도하고, 아마존·월마트 같은 유통기업도 결제망을 스테이블코인과 연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고 소개했다.
그는 제조업과 금융의 연계성도 짚었다. “국내 제조업 평균 연령은 58세로 고령화가 심각하다”며 “장인들의 노하우를 디지털로 전환하고 자동화에 투자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잃는다. 이를 위해 금융이 제조업 기반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 기업들은 이미 글로벌화됐지만 금융은 여전히 내수에 묶여 있다”며 “원화도 일정 부분 국제화되어야 하며, 안전만 추구할 게 아니라 금융 플랫폼화를 통한 적극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트코인 가격 담론에 머무르지 말고 금융 인프라 혁신 차원에서 블록체인을 바라봐야 한다”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K글로벌타임스 김동현 기자] kimdh@kglobaltimes.com